봄날
지금쯤 둥글재 양지바른 토끼굴 앞에는 진달래가 피어 지쳐 가겠지.
멀리 다근리 쪽 여매 샛강 마른 갈대밭에는 종달새부부 둥지 트느라 여념이 없을 테고
덕고개 고갯마루가 다리 아프게 보일 때 쯤 건너게 되는
뒷내 나무다리 밑 여울에는 송사리 떼 소르르 떠나니고
아직은 희미한 안개이거나 혹은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산색이 졸리운 성흥산성 따뜻한 성벽 아래로는 산수유가 흐드러지고
대조사 요사채는 부처님 오신 날에 쓸 법등 준비에 부산하겠지.
예전 미순이 살던 집 개나리 담장에 어미 쫓는 병아리 몇 마리....
서낭당 고개 너머로 바람이 넘어가는 날
친구들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