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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에 해당되는 글 3

  1. 2018.04.23 대청호에서의 하룻밤
  2. 2018.04.17 헤어지기 또는 보내주기 1
  3. 2018.04.09 배고픔
2018. 4. 23. 17:30

대청호에서의 하룻밤 카테고리 없음2018. 4. 23. 17:30

푸른 추억


청마리 교정의

푸른 산길을 걸으며

파란 강물을 마시며

하늘을 본다.

 

청송리 교정에 타오르는 노을속

푸르른 솔밭을 본다.

푸르른 영혼을 본다.

 

 

이번 청마리 모임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친구들의 어릴 적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언제나 푸르른 모교의 솔밭처럼

그냥 그대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친구들 모두 어린 날의 순수하던 영혼이 아직

도 그대로 살아 깜빡이고 있슴을 그밤 청마리 운동장 장작불 곱게 타던 불빛 속에서

나는 확인하였으며 또한 마음속 깊이 동지적 유대와 기꺼움을 느꼈음은 나만의 생각

은 아닐듯하다.

 

 

언제이던가

이길 걷던 그대 뒷모습

새침하게 걷는 등 뒤로

낮달이 오르고

측백나무 담 사이로

날던 굴뚝새의 날개깃 같이

귀여운 단발머리

그 아스라한

이슬서린 논길

 

언제이던가

이길 걷던 그대 뒷모습

땅개비 후두둑 나는 위로

펼쳐진 하늘

어저께 뿔 돛은 송아지 같이

까만 종아리 내달리던

그 아스라한

들길

 

 

사람은 저마다 제 길을 간다. 내 친구들 또한 그렇게 뚜벅뚜벅 쉬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가는 친구들임을 확인하였다. 어찌 그사이 어려움이 없었으랴만

그날 그 자리에 그렇게 의연하게, 한그루 플라타나스처럼 신선하게 우리들은 어깨동무

를 하였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게 신기하다. 기쁘다.

 

 

먼 산에 안개 드리우고

우물가에 장미가 피던 여름

우린 만났었지

수줍은 손 잡으며 수줍지 않으려

크게 웃었지

 

숨어 피는 돌나물 노란 꽃처럼

우리는 다정히 산길을 헤메었지

저 아래 파란 강물처럼

맑게 맑게 흘러다녔지

 

청수정 무꽃이 다 필때까지

우리는 그냥 좋았지

 

 

유행가 가사처럼 헤어지기 정말 싫었다. 모두들 한아름씩 추억을 챙겨가는데 나만

아쉬움을 챙겨가는 것처럼 즐거운 모임이었다. 가끔 보는 친구 자주 보는 친구 아주

오랜만에 보는 친구 모두 반갑고 또 그리울 사람들이다.

 

 

사춘기 계집애 분홍 손수건

문성당 약방 앞

버스정류장

 

오늘은 여름방학 시작하는 날

낼 모레 보자던

꽃편지 한 장

 

일곱 시 막차는 강경 가는 차

어디 가냐 묻지도

못할 거면서

 

싣고 갈 막찰랑은 오지나 말지

흙내 나는 책가방만

내려다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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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국민학교 동창모임에서 느낀 마음을 적은 글인데 지금 보니 약간 닭살이 돋는다. 하지만 그냥 두련다. 그때 그마음을 잊고 싶지 않아서이다. 언제라도 열어보면 느낄수 있도록 말이다.

:
Posted by 비단강
2018. 4. 17. 13:37

헤어지기 또는 보내주기 카테고리 없음2018. 4. 17. 13:37

이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새벽 잠결에 허리가 결려서

일어나 냉수를 마셨다.


새벽 세시.

건너편 아파트 옆 평화교회 십자가가 찬바람 속에서

궁궐의 문지기처럼 벌을 서는 것을 보며

다시 차디찬 불면의 침대에 몸을 눕혔다.


어젯밤 미쳐 다 이별하지 못한 영혼들이

징메이 고개 지선사 뒤편 솔숲에서

웅얼웅얼 바람소리를 내는데


할 말을 잃은 벙어리가 되어

고개너머 속세로 여지없이 출근한다.


아침하늘이 희뿌옇다.

눈이라도 오려는지 바람이 차다.

아파트 현관 계단 옆에

지난 늦가을 비오는 날 떨어진 무화과나무 잎이

30센티미터쯤 날아올라 내 발등에 떨어진다.

계양산 골짜기 어디쯤 눈발이 서성이겠다.

:
Posted by 비단강
2018. 4. 9. 16:17

배고픔 카테고리 없음2018. 4. 9. 16:17

배고픔이거나 그리움이거나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작은 우산을 쓰고 축 처진 낙엽을 밟으며 오후 다섯 시 반부터 골목에 불이 켜지는 일곱 시 오십분까지 이육사와 김지하의 정신세계를 걷고 싶다. 거기에 술 잘 먹는 친구하나 있어서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술이나 먹으라는 핀잔이 따르면 비록 귀찮으나 괜찮을 듯하다.

 

 

음력 칠월 바람이 문밖 댓닢을 흔드는 날이면 오래된 친구가 찾아와도 좋을 듯하다. 하여 옛날에 요절한 가수의 노래나 듣고 혹 친구가 낡은 책장에서 미우라 아야꼬의 소설책을 꺼내 읽으면 나는 골목입구의 구멍가게에서 소주를 사 오고 여주인공의 답답함을 이야기 하는 친구의 넉두리를 듣고 싶다.

 

 


 


...외롭다는 것은 배고픔이다. 허기진 배를 채울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찾게 된다. 그 무언가가 나에게는 술일 수도 있고 책일 수도 있으며 친구일 수도 있다.

:
Posted by 비단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