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17. 13:37
헤어지기 또는 보내주기 카테고리 없음2018. 4. 17. 13:37
이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새벽 잠결에 허리가 결려서
일어나 냉수를 마셨다.
새벽 세시.
건너편 아파트 옆 평화교회 십자가가 찬바람 속에서
궁궐의 문지기처럼 벌을 서는 것을 보며
다시 차디찬 불면의 침대에 몸을 눕혔다.
어젯밤 미쳐 다 이별하지 못한 영혼들이
징메이 고개 지선사 뒤편 솔숲에서
웅얼웅얼 바람소리를 내는데
할 말을 잃은 벙어리가 되어
고개너머 속세로 여지없이 출근한다.
아침하늘이 희뿌옇다.
눈이라도 오려는지 바람이 차다.
아파트 현관 계단 옆에
지난 늦가을 비오는 날 떨어진 무화과나무 잎이
30센티미터쯤 날아올라 내 발등에 떨어진다.
계양산 골짜기 어디쯤 눈발이 서성이겠다.